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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빛 속에서, 한 남자가 죽음과 마주한다

afternoons of solitude

붉은색은 알베르트 세라의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색이다. 〈고독의 오후〉는 페루의 젊은 투우사 안드레스 로카 레이를 망원렌즈 너머로 응시하는 다큐멘터리이자, 한 예술가의 초상이다. 세라는 찬양도 단죄도 하지 않은 채, 모래판 위에서 벌어지는 의식(儀式)의 장엄함과 잔혹함을 동시에 프레임 안에 가둔다.

망원렌즈의 거리, 시간을 벗어난 시선

세라의 카메라는 결코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망원렌즈로 포착한 롱테이크는 투우장 바깥의 세계를 거의 인정하지 않으며, 현실을 원초적이고 시간을 초월한 무언가로 빚어낸다. 〈루이 14세의 죽음〉과 〈파시피크션〉에서 그가 구축해온 관조적 양식이 여기서도 이어진다. 〈파시피크션〉의 녹아내리는 듯한 파스텔 색조가 이 작품에선 모래의 황톳빛과 핏빛 붉음으로 옮겨오며, 화면 전체를 지배한다.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이지만, 세라는 픽션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 현실을 양식화하여 — 작업한다.

입장을 유보하는 윤리

이 영화에는 내레이션도 인터뷰도 없다. 세라는 스페인에서조차 양극화된 논쟁거리인 투우에 대해 수사적 입장을 취하기를 거부하고, 관객 각자의 도덕적 나침반에 판단을 맡긴다. 그러나 이 유보는 무관심이 아니다. 그는 죽을 운명의 소를 또 하나의 인물로 격상시키고, 그 시선에 기품을 부여한다. 평론가들이 입을 모으듯 — 정작 고독한 존재는 화려한 의상 뒤에 숨은 투우사가 아니라, 홀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짐승일지도 모른다.

"세라의 궁극의 재능은, 관객을 그들 자신의 도덕적 나침반과 함께 홀로 남겨두는 데 있다."

2024년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서 황금조개상을 수상한 〈고독의 오후〉는, 남성성과 종교, 전통과 죽음에 대한 사색을 투우라는 의식 안에 응축한다. 125분 동안 반복되는 구조 — 호텔 방의 준비, 리무진의 이동, 그리고 모래판의 대결 — 속에서 세라는 스펙터클에는 무관심한 채, 한 인간이 수백 년 된 의식에 바치는 육체적·정신적·미학적 헌신을 응시한다. 그것은 매혹인 동시에 공포이며, 바로 그 양가성이야말로 세라 영화의 가장 정직한 윤리다.

오문준

디트릭스 운영자

메가박스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영화에 투자를 담당했으며 시나리오 읽는것이 취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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