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헤어질 결심에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먼저 놀란다. 칼도, 망치도, 복수도 없다. 대신 안개가 있고, 산이 있고, 끝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바다가 있다.
형사 해준은 산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의 사건을 맡는다. 용의자는 죽은 남자의 아내, 중국에서 온 서래. 해준은 그녀를 의심하면서 동시에 그녀에게 빠져든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미스터리의 문법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짜 하려는 이야기는 사건이 풀린 다음에 시작된다.
영원히 풀리지 않기 위하여
서래를 향한 감정이 자신의 판단을 흐려놓았다는 걸 깨달은 순간, 해준은 토하듯 말한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형사로서의 자부심도, 한 사람을 향한 감정의 통제력도 그 자리에서 무너진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서래는 밀물이 들어오는 바닷가 모래밭에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그 안으로 사라진다. 산에서 죽으면 시신이 남지만, 바다가 덮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썰물 빠진 모래밭에서 이미 사라진 그녀를 미친 듯이 찾는 해준의 마지막 모습은, 서래가 설계한 영원의 첫 장면이다.
난 해준 씨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출처 cite: 송서래
영원히 풀 수 없는 사건이 된다는 것. 그것은 해준이 평생 자신을 찾아 헤매게 만드는, 가장 잔인하고 가장 다정한 방식의 사랑이다. 헤어질 결심은 한 번 보면 미스터리이고, 두 번 보면 멜로다. 처음에는 누가 범인인지를 따라가지만, 다시 보면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붕괴시켜 갔는지가 보인다. 한국 영화가 도달한 가장 우아한 지점이 여기 있다. ARTRYX가 첫 번째로 당신에게 이 영화를 건네는 이유다.